서평

페인트-이희영

모두의 ROOM 2025. 3. 29.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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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트

글 : 이희영

출판사 : 창비

헬퍼라고 부르는 로봇이 집안일을 하고

손에 찬 팔찌로 스마트폰의 기능을 대체하는...미래

태어난 달에 따라 이름이 정해지고

같은 이름을 가진 수많은 아이들과 구별되기 위해 번호를 부여받은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 아이들은 국가의 관리를 받으며 NC 센터에서 지냅니다.

출산율이 낮아 고민을 하던 국가는

아이를 낳기만 하면 키워준다고 합니다.

주인공은 사람들이 아이를 안 낳으려고 하는 이유를 노동력이 필요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아주 오래전 소가 논밭을 갈고

인간이 직접 농작물을 수확하던 사회에서는 아이를 정말 많이 낳았데요. ..

그 시절에는 아이가 곧 노동력이었으니까요."

여자아이들은 엄마를 도와 동생을 돌보았고 집안일을 했다.

남자아이들은 논과 밭. 숲과 들로 나가서 자기 몫의 일을 했다.

식구가 많을수록 가꿀 수 있는 땅도 넓어졌다.

생산을 늘려서 부를 쌓으려면 가급적 많은 아이들이 필요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다시 세상은 뒤집혔다.

페인트

 

교육을 통해 다양한 지식을 습득하게 됐고 지식을 이용해 돈을 벌 수 있는 시대.

한두 명의 자녀만 낳아 투자의 지원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족의 개념이 바뀐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태어난 모든 아이들이 모두 NC 센터에서 자라는 건 아닙니다.

부모가 없는 아이들만 이곳으로 보내지죠.

이곳엔 유독 준과 주니란 이름을 가진 아이들이 많습니다.

6월에 태어난 아이들...8월 휴가 중 눈부신 풍경 속에 자유로움에 취한 사람들이 많은 그때...

그 다음으로는 아키란 이름이 많습니다.

12월 25일 크리스마스...

그렇게 세상에 태어난 아이들은 MC 센터로 오게 됩니다.

그리고 직접 부모를 고를 수 있는 특권을 갖게 되죠.

아이들을 돌보는 가디들은 입양을 원하는 부모들과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은 아이를 매칭합니다.

가디들은 정부에서 제공되는 보조금이 목적인 부모들을 가려내기 위해 심사숙고합니다.

아이들이 부모가 될 수 있는 누군가와 만남을 가지는 것

부모 면접 parent's interviww

아이들은 이것을 페인트라는 은어로 부릅니다.

NC 출신이란 사실을 물감으로 지워버리고 싶었을까?

혹은 자신의 미래를 원하는 색깔로 물들이고 싶었던 걸까.

각기 다른 색이 서로에게 물들어 가는 과정이 바로 부모 면접이었다.

색이 섞여 전보다 밝게 빛날 수도 있고, 탁하게 변할 수도 있었다

페인트

부모들과 총 3번의 만남을 갖습니다.

그리고 한 달 동안 함께 생활을 한 뒤 입양이 결정됩니다.

3번의 만남을 결정하는 건 오롯이 아이의 선택입니다.

아이가 원하지 않을 땐 더 이상 만남을 갖지 않아요.

전국의 mv 센터 중 가장 낮은 실적을 가진 곳,

그래서 정부로부터 실적 압박을 받는 곳.

어쩔 수 없이 보조금을 목적으로 하는 부모와 면접을 주선하게 됩니다.

그리고 제니 301를 내보냅니다.

제니는 알고 있습니다.

가디들이 왜 자신을 선택했는지요.

그들이 아이들을 입양하는 목적을 알아챌 수 있는 아이.

그래서 더 이상 만남을 갖지 않을 아이라는 걸 알았으니까요.

그리고 제니는 이런 목적을 위해 다시 페인트를 하게 됩니다.

언제나 예의를 중요하게 생각하던 가디는 제니에게

"오늘만은 예의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

그만큼 면접 대상자인 하나와, 해오름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거죠.

그들은 홀로그램 소개 영상부터 이전의 부모 면접자들과 확연히 달랐어요.

자유로운 복장과 말투...

만남도 다르지 않았죠.

이전의 부모 면접자들은 가장 좋은 옷을 입고 친절한 미소와 말투로 아이들의 환심을 사려고 노력했지만

하나와 해오름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날 것이었습니다.

평상시 입던 옷, 억지스러운 배려와 친절 대신 자연스러운 말투였죠.

가디는 이런 그들의 행동을 불편해했지만

제니 301은 꾸밈없는 그들이 좋았습니다.

제니는 그들과 세 번째 만남을 갖죠.

그때 제니는 자신처럼 큰 아이와 함께 사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하죠.

이에 하나는...

우리가 꼭 부모가 되어야 할까?

그냥 친구가 되면 안 될까?

십 대들에게는 부모보다 친구가 더 소중하잖아.

부모에게는 할 수 없는 말을 친구에게는 하잖아.

페인트

제니는 하나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죠.

하지만 하나와 해오름과 함께 살기 위해 꼭 거쳐야 하는 합숙을 거부합니다.

하나는 제니의 대답에 놀라지만 실망하진 않아요. 그리고 선물로 준비한 그림을 건넵니다.

자신들의 번호와 집 주소가 적힌 그림을요.

제니는 NC 센터의 아이로 졸업을 하기로 결심합니다.

가디들은 이런 제니의 선택을 존중하지만 걱정하죠.

NC 센터의 아이로 살아간다는 건 차별과 멸시 경멸 어린 눈앞에 선다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NC 센터 아이들이 세상에 나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 적이 있었고

사회는 NC 센터 아이들을 기피했습니다.

그래서 NC 센터 아이들은 19살이 돼서 졸업을 하기 전 입양을 가길 원했죠.

입양을 가면 NC 센터 아이가 아닌 일반 가정에서 자란 아이로 ID 카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니는 일반 ID 카드 대신 NC 센터 번호를 선택한 겁니다.

제니는 말해요

"사람들이 NC를 차별하니까.

우리가 NC 출신임을 속인다는 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에요."

...

"NC 출신에 대한 차별을 없앨 수 있는 건,

오직 NC 출신들 밖에 없어요"

페인트

문제를 피하기보단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제니..그 멋짐에 감탄이 절로 나오는 장면이죠.

 


 

저자는 책의 초반부터 끝까지 가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내가 만약 NC에서 자라지 않았다면,

바깥세상의 아이였다면,

나에게는 선택권이 없었을 것이다.

15점. 아니 5점 짜리 부모라도 그 밑에서 살 수밖에 없었을 테니까.

일반 학교에 다녀보니까,

그 아이들도 부 모들과 웬만해서는 부딪치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생활하고 있더라고

때로는 부모이기에 나약하고,

부모이기에 무너져 내릴 때가 있겠지.

잘못된 판단도 하겠지...

우리가 부모에게 길을 안내해야 할 때가 있을 것이고

어깨를 빌려줘야 하는 상황도 생기겠지.

"대부분 예행연습 없이 부모가 되잖아요"

"세상의 모든 부모는 불안정하고 불안한 존재들 아이예요?

그들도 부모 노릇이 처음이잖아요.

누군가에게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는 건 그만큼 상대를 신뢰한다는 뜻인 것 같아요.

많은 부모가 아이들에게 자기 약점을 감추고 치부를 드러내지 않죠.

그런 관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신뢰가 무너져요"

이름 따위 크게 신경 써 본 적이 없었다.

NC 센터에 들어온 달이 각자의 이름이 되었으니까.

생각해 보니 센터 바깥의 사람들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았다.

좋든 싫든 부모가 이름을 정해주고

대부분 정해진 이름으로 평생 살아가니까.

주인의 의견은 하나도 반영되지 않은 그 이름으로 말이다.

자신이 갖지 못한 것, 이루지 못한 꿈을

자식을 통해 이루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그런 것은 어디까지나 그들의 꿈이고 목표다.

어머니가 입버릇처럼 내뱉는 '너를 위해서'라는 그 말이,

그녀를 무겁게 짓누르기 시작한 것이다.

가족이란 그저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인지도 몰랐다.

'먼발치'라는 말의 뜻은 시야에 들어오지만

서로 대화하기는 어려울 정도로 떨어진 거리라고 한다.

그게 부모와 자식 간의 마음 속 거리가 아닐까.


NC센터는 지금의 고아원과 비슷합니다.

다만 나라에서 체계적으로 운영하기에 이곳의 아이들은 일반 가정의 아이들보다 더 특별한 관리를 받고 있습니다.

주기적으로 운동과 식단으로 건강을 관리하고

교육을 통해 지식과 예절은 배우죠.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 게임도 못 해요.

어찌 보면 일반 가정의 아이들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자라온 아이들입니다.

그런데도 사회는 NC 센터의 아이들을 차별하죠.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는 이유만으로요.

그런데요. 과연 이런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NC 출신들뿐일까요?

어쩌면 NC 출신 아이들이 문제를 일으키게 된된 건 사회가 보낸 차가운 시선 때문이 아닐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고아원 아이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되죠.

색안경을 끼고 보기에 그들의 작은 행동을 더 크게 받아들이게 되고

한두 명의 일탈을 그들 전체로 확대하기도 합니다.


책의 뒤표지를 보면 "부모 면접을 시작하겠습니다"라는 말리 큼지막하게 적혀 있어요.

부모를 고를 수 있는 아이들.

저희 아이가 부모를 고를 수 있었다면

전 제 아이의 부모로 선택받을 수 있었을까요?

우리는 어느 날 갑자기 부모가 됐습니다.

그리고 아이들도 어느 날 갑자기 자녀가 됐죠.

부모도 자녀도 처음입니다.

그래서 서툴죠.

그래서 후회가 남습니다.

어릴 때 더 많이 안아줄걸.

그때 그렇게 화내지 말 걸.

엄마한테 짜증 내지 말 걸

엄마한테 사랑한다고 더 많이 말할걸...

자녀로도 엄마로도 늘 후회를 하면서

오늘도 또 그 후회를 남기고 있는 건 아닐지...

아이와 함께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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